비상계엄 현장에 투입된 특전사 대원들. “대북 작전인 줄 알았는데..내려보니 국회였다”

2024년 12월 3일 오후 11시 48분쯤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707 특수 임무단이 헬기를 타고 내린 곳은 다름 아닌 서울 여의도 국회였다. 이날 작전에 투입된 한 장병은 “비무장 민간인을 상대로 한 작전이었다는 사실을 현장에 투입되고서야 알았다고 한다”




비상계엄 현장에 투입된 특전사 대원들

특수 임무를 위해 이동할 수 있다는 공지를 받았던 A 장병은 북한 관련 특수전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 적 대상 작전에 투입되는 줄 알았던 A 장병은 행선지가 국회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헬기 탑승 직전이었다.




대북 작전인 줄 알았다

A 씨 부대에 “북한 관련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당장 출동할 수 있으니 총기를 준비하라”는 지시가 하달됐고, A 씨는 “카트리지(탄알집. 탄약통)을 정리하고 출동 준비를 했으며 ‘국회의원을 다 끌어내라’는 명령을 받고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4시간 30분 전인 3일 오후 6시에 특전사 일부 부대에 1공수 여단장과 3공수 여단장, 707 특수 임무 단장 등 주요 지휘관이 경기 이천 특전 사령부에 집결했다는 소식이 퍼졌다.




헬기에서 내려보니 서울 국회의사당

A 씨와 부대원들은 헬기 탑승 직전 “서울 국회로 간다”는 명령을 듣고 당황했으며 헬기 안에서도 “착륙지는 국회의사당”이라는 말을 들었고, 실제 어떤 작전에 투입되는지는 임무를 하달 받지 못했다고 한다.




707 특수 임무단

707 특수 임무단은 북한 김정은 등 적국 수뇌부를 암살하는데 특화된 최정예 ‘참수 부대’이다. 작전 투입 전 목표물이 있는 건물 구조 등 지형 분석이 필수이다.


A 씨는 국회 구조도 파악하지 못한 채 착륙했는데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국회의원을 다 끌어내라

특전사 대원들은 본청 진입을 시도했고, 국회 직원들과 의원 보좌진은 특전사 대원들의 본청 진입을 저지하고자 사무실 집기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농성 중이었고, 이들 중 일부는 특전사 대원들에게 소화기 분말을 뿌리기도 했으며 군인들에게 ‘반란군’ ‘반역자’ ‘윤석열의 개’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A 씨의 말에 따르면 ‘국회의원을 다 끌어내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마지못해 유리창을 깨고 본청에 진입했다고 한다.



사기 떨어진 특전사 대원들

A 씨 등 대원들은 ‘국회의원을 다 끌어내리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특전사 대원들은 느릿느릿하게 움직였고, 유리창을 깨고 본청 내부로 진입했지만, 몸놀림은 민첩하지 않았고, 명령이라 일단 따랐지만, 무장하지도 않은 민간인을 상대로 707이 이사카(샷건)까지 들고 쳐들어가는 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특전사 병력이 국회의원. 보좌진. 시민 등에게 가로막혀 본 회의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는데, 우리가 마음만 먹었으면 10분 ~ 15분 내에 모든 걸 정리할 수 있었을 것이며 “일부러 뛰지도 않고 걸어 다녔다”고 했다.


A 씨는 우리는 1티어 즉, 최고 등급 특수부대라며 “북한 김정은이나 빈 라덴 같은 테러리스트들을 암살하는 부대인데 이런 특전사 부대를 이용해서 국회를 턴다니 사기가 떨어지고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특수항공단 실제 작전과 기밀 작전

또 다른 707 특수 임무단인 소속 B 씨도 얼마 전부터 특수 임무가 있을 수 있다는 공지를 받았고, 특수 항공단이 실제 작전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B씨는 ‘뭔가 기밀 작전이 시작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B 씨는 동료 100여 명과 함께 블랙 호크 헬기에 탑승했고, 비행 중 착륙지가 국회라는 말을 들었으며 A 씨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임무를 받지 못했다. B 씨는 “실탄은 안 가져갔고, 훈련용 비살상탄(UTM)을 휴대했고” 동료들은 ‘우리가 비무장 민간인을 상대하려고 이렇게 고생했냐’ 며 군인을 그만두고 싶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패닉에 빠진 장병들

  • 1공수여단 대원 C 씨는 부대에서 비상소집 문자를 받았고, 부대에 복귀하고 보니 일부 장병들은 전투복조차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상황에 부대장이 “긴급한 작전에 투입되니 빨리 준비하라”고 했으며, C 씨가 팀장에게 “어디로 가는 것이냐”라고 물었지만, “나도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 C 씨 등은 국회 본청에 진입하면서 비무장한 시민을 코앞에서 마주하면서 크게 당황했고, 일부 장병들은 패닉에 빠졌다고 한다.
  • 부대원들은 “제발 가까이 오지 말아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고, 민간인 상대로 작전을 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당황했다고 한다.
  • 특전사 D 씨는 상부에 배신감이 들었고, 국민들께 너무 죄송하고, 저희를 보고 놀란 시민들의 얼굴과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 보완을 강조하던 상부가 우리를 믿지 못해 작전 지역이 국회라는 사실조차 도착 직전 알려준 것 아니냐며, 우리를 그냥 쓰고 버리는 소모품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다고 했다.